두다스트레드 0.5mg — 이름부터 범상치 않다. 혀끝에 올리면 약이 아니라 주문 같다. ‘두다스’라고 속삭이면 어딘가에서 모발이 기지개를 켜고, ‘트레드’라고 덧붙이면 잃어버린 자존감이 살짝 고개를 든다. 사실 처음엔 별 기대 없었다. 병원 조명 아래에서 의사가 툭 던진 “한 번 써보시죠” 한마디에, 그냥 체념 섞인 호기심으로 집에 들고 왔다. 그런데 그 작은 알약 하나가 매일 저녁 내 일과의 종지부가 됐다. 물 한 컵, 알약 한 알, 그리고 묘한 희망 하나.
3주쯤 지나자 빗이 조용해졌다. 머리카락이 덜 떨어졌고, 세면대의 배수구가 한결 덜 비극적이었다. 처음엔 착각이라 생각했는데, 아니었다. 어느 날 아침 거울 앞에서 느꼈다. 얼굴이 아니라 ‘두피’가 웃고 있었다. 웃음이 올라가는 방향이 달라졌다. 사람의 인생이 이렇게 머리카락 방향 하나로도 달라질 수 있구나 싶었다.
물론 부작용도 있다. 간혹 피부가 번들거리고, 그 번들거림이 마음까지 번지기도 한다. 하지만 이상하게, 그조차 생기가 느껴졌다. 다시 살아 있다는 신호처럼. 그렇게 몇 달이 흘렀고, 이제는 ‘탈모 치료제’라 부르기 민망하다. 내겐 ‘존재 회복제’, 혹은 ‘기억 복원제’에 가깝다. 매일 밤 알약을 삼키며 생각한다. 이건 단순히 머리카락을 기르는 약이 아니다. 나 자신에게 다시 “괜찮다”고 속삭이게 만드는 의식이다. 두다스트레드—한 알짜리 철학, 혹은 아주 작게 포장된 희망의 알맹이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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